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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5월 2일 토요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애미로 향하는 길에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 AP/연합뉴스 |
1기 때와 달리 이번 주독미군 철수를 발표하면서 6~12개월 시한을 두었다. 즉시 실행이 아니라 단계적 이행이다.
트럼프 정부와 일부 언론은 이번 5000명 감축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미국의 이란 전쟁 전략을 비판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펜타곤이 이미 추진해 오던 계획이다. 펜타곤은 이미 5월 발표 3개월 전인 2026년 1월 23일 국가방위전략에서 유럽 주둔 미군을 줄이고 인도태평양에 집중한다는 방향을 공식화했다.
펜타곤이 이미 2025년 4월부터 동유럽 주둔 미군 1만 명 감축안을 검토해 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의 분노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미군을 복귀시키려는 펜타곤의 공식 전략이 메르츠 발언과 호르무즈 거부라는 명분을 만나 가시화된 것일 뿐이다.
재정적 제약도 시간을 늘리는 쪽으로 작동한다. 부대 재배치에는 수천억 달러가 들고, 람슈타인 공군기지는 미 유럽사령관이 의회에 제출한 2025년 태세 보고서에서도 유럽·아프리카 작전의 핵심 거점으로 명시한 시설이다. 1기 시절 미 유럽군 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 퇴역 중장은 일부 부대를 옮기는 데도 최소 4년이 걸리고 수천억 달러가 든다고 지적했다. 1기 1만 1900명 감축이 한 명도 못 옮긴 핵심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의회가 끝내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철군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11월 중간선거가 있다. 공화당이 예산권을 틀어쥔 하원 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게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정치사에서 임기 중 치러진 중간선거는 대부분 여당의 패배로 끝났다. 1기 트럼프의 첫 중간선거였던 2018년에도 공화당은 하원을 내줬고 그 흐름 속에서 국방수권법의 유럽 및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은 더 단단해졌다.
이번 11월에 민주당이 하원을 되찾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1기 1만 1900명 명령이 어떻게 끝났는지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2020년 7월에 발표된 그 명령은 6개월 뒤 정권이 바뀌자 동결됐고, 두 달 뒤 폐기됐으며, 폐기와 함께 오히려 미군 500명이 추가 배치됐다. 트럼프의 5,000명 명령 자체가 1기의 1만 1900명처럼 한 명도 옮기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평택은 옮길 수 없고, 미국도 그것을 안다
| ▲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이 배치돼 있다. |
| ⓒ 연합뉴스 |
한국에 있는 미군 시설은 옮기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다. 옮길 곳이 사실상 없다.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는 미국이 보유한 해외 군사기지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미 육군이 스스로 "태평양 최대의 전력 투사 플랫폼"이라 부른다. 면적은 여의도의 5배고, 상주인구만 4만 5천 명에 이른다. 주한미군사령부, 미 8군, 2사단 본부, 한미연합사령부, 유엔군사령부가 모두 이 한 기지에 모여 있다. 미 육군 기지 가운데 아시아에서 가장 바쁜 비행장이 그 안에 있다.
2007년에 착공해 2018년 주한미군사령부, 2022년 한미연합사령부 이전을 완료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확장 사업비는 110억 달러, 한화로 12조 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90% 이상을 한국이 댔다. 한국은 부지를 내주고, 건설비를 대고, 그렇게 지은 시설을 미군에 통째로 넘겼다. 트럼프가 입에 달고 사는 "동맹의 공정한 분담", 그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이라는 뜻이다.
이 시설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 5만 5천 명의 미군이 주둔하는 일본 기지는 이미 포화 상태이고, 오키나와에서는 시민 반발이 갈수록 거세다. 괌은 인도태평양 작전권에서 너무 뒤로 빠져 있다. 호주는 너무 멀고, 필리핀이 강화된 방위협력협정(EDCA)으로 미군에 개방한 9개 거점은 사령부급 시설을 흡수할 만한 규모가 못 된다.
평택 미군기지를 비우는 순간 미국은 자기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을 잃는다. 물론 단기간에 대규모 병력을 빼서 이동할 대안 부지도 없고, 미국 의회가 만든 법이 가로막고 있기도 하다.
침착할수록 트럼프 위협은 오히려 한국의 지렛대가 된다
역설적이게도, 트럼프의 잦은 위협 자체가 한국의 협상력을 거꾸로 증명한다. 협박이 늘어난다는 것은 동맹의 협조 없이는 미국 시스템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신호다. 앞으로도 트럼프는 고비마다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한국을 흔들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카드의 실제 크기는 이미 정해져 있다. 2025년 5월 월스트리트저널이 흘린 4500명 재배치 안, 곧 주한미군의 15% 수준이 트럼프가 의회와 중간선거, 평택의 벽을 안고 꺼낼 수 있는 현실적 상한선이다. 주한미군의 기동군화 명목으로 단기 순환보직 비중을 늘려 의회가 정한 병력 하한선을 우회하는 정도가 그가 시도해 볼 만한 최대치다.
친트럼프 진영 일각에서 거론되는 1만 명 선까지의 감축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군사전략에서 평택 미군기지를 대체할 수 있는 곳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 조선업의 우위,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지위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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