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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11월 7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에 도착해 미8군 사령부 상황실에 들른 뒤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대화하며 나오고 있는 모습. |
| ⓒ 사진공동취재단 |
미국이 독일에서 5000명의 미군을 6~12개월에 걸쳐 빼기로 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한국 포털 뉴스는 곧장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하는 보도들로 넘쳐났다. 한국도 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트럼프 본인이 "(파병 여부를)기억할 것" "한국은 도움을 주지 않았다"라며 보복을 시사해 온 터다. 그러니 불안의 근거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따져 봐야 한다. 트럼프의 위협을 액면가 이상으로 부풀려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트럼프가 손에 쥐고 있다는 그 카드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카드인지부터 검증해 보는 것이 먼저다.
트럼프의 위협을 부풀려서 보면, 대미 협상에서 그만큼 잃는다. 그래서 미군 철수나 재편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이번 독일에서의 5000명 철수만 보아도 실행되지 못하거나, 되더라도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조차 못 넘는 7만 6000명 하한선
| ▲ 지난 3월 3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회동하고 있다. |
| ⓒ 로이터/연합뉴스 |
이번 주독미군 축소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따져 봐야 할 것은 그 숫자가 왜 5000명에 그쳤는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의 위협과 분노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듯한데 철군 규모는 1기 정부 말 시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가 주독미군을 빼겠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기 시절인 2020년 7월,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은 1만 19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6400명은 본토로 돌리고, 5600명은 벨기에·이탈리아·폴란드로 옮긴다는 구상이었다.
결과는 단 한 명도 옮기지 못한 채 끝났다. 의회가 재배치 예산을 주지 않았고, 펜타곤 안에서도 반대가 많았으며, 부대 이전 비용이 천문학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가 의회를 거치지 않고 동맹국 주둔 미군을 대규모로 빼낸 사례는 미국 외교사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없다.
미국 의회가 가진 예산권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군대를 철수하고 새로 기지를 만드는 모든 일에 예산이 필요한데, 그 최종 결정 권한은 의회에 있다는 것은 부동의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가 심사·확정한다. 반면 미국은 헌법 1조에서 예산 편성권 자체를 의회에 주었고, 특히 세입 법안은 하원에서 시작되도록 못 박았다.
실제로 미 의회는 트럼프 2기 출범 직후인 2025년 12월에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Public Law 119-60)을 통과시키면서 유럽 주둔 미군을 7만 6000명 미만으로 45일 이상 감축할 수 없다는 조항(Section 1249)을 못 박았다. 주한미군 2만 8500명 하한선(Section 1268)도 같은 법에 함께 들어갔다.
이렇게 국방수권법에 유럽 및 한국 주둔 미군 규모의 하한선을 규정하기 시작한 것이 트럼프 1기 정부 때였다. 트럼프는 1기 정부 시절에도 주한미군과 유럽 주둔 미군 철수를 여러 차례 공언했다. 미 의회는 이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부터 유럽 및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조항을 넣었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잃은 탓도 있지만 당시에도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이런 유럽 및 주한미군 하한선 규정 도입에 찬성했다.
이번 5000명이라는 숫자가 나온 까닭도 여기에 있다. 2025년 12월 말 현재 유럽 주둔 미군 인력은 약 8만 5000명이다. 이 숫자는 미 국방부 소속 민간직원(APF DOD Civilian), 즉 군무원 약 1만 7천 명을 합친 숫자다. Section 1249가 규정하는 "현역군인(members of the Armed forces)"만의 기준을 적용하면 이미 6만 8000명으로 하한선 미달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하한선을 군무원까지 포함해서 계산하고 있고, 그렇게 해도 7만 6천 명 하한선까지의 여유는 9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즉, 의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재량으로 뺄 수 있는 인원이 9000명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결국 5000명에서 멈춘 것은 유럽 주둔 미군의 하한선이 있고, 그 이상 줄이는 것에는 국방 예산을 단 한 푼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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